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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7

2012.09.11 00:10 from thinking..

판타지

-응답하라 1997 리뷰 



성인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대 히트 한 이유에 대한 칼럼을 읽은 적이 있다. 포르노라는 장르에 가까운 이 소설이 히트친 이유는 노골적인 정사 장면 묘사도 한 몫을 했겠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은 판타지라고 이야기 했다. 판타지 세상 속에서만 이뤄 질 수 있는 이야기들에 여성 독자들이 홀렸다는 것이다. 소설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평범한 대학 졸업생이 젊고 잘생기고 갑부인 몸짱 사장님에게 '간택'된다. 하필 또 그 사장님은 어렸을 적 아픔이 있었고.. 남들과 다른 이 소설 속 평범한 여 주인공에게 "오, 내 사랑, 대체 내게 무슨 짓을 한거야" 라는 말을 할 정도로 푹 빠지게 된다. 





'판타지' 맞다. 응답하라 1997도 여자들의 판타지를 잘 건드렸다. 그런데 이 판타지는 억지스럽거나 촌스럽지가 않다. 


반에서 꼴찌에 성질 더럽고 통통하고 못생긴 HOT빠순이의 그저그런 여자 '성시완'에겐 두명의 남자가 있다. 전교 1등에 운동잘하고 잘생기고 노래까지 잘하는 차기 서울대 법대 출신 판사 소꿉친구 '윤윤제'와 전교가 아닌 전국 1등 출신이지만 동생을 위해 교사가되고 후에 벤처로 모은 수백억을 사회에 기부하며 서울대 교수가 된 차기 대통령 후보인 형 '윤태웅'. 기가 막힌 설정이다. 다행히 제벌 2세에 왠지 모를 슬픔이 있는 까칠남까지는 아니지만 키다리 아저씨와 갑자기 여자로 보이는 소꿉친구라는 설정은 어디서 인가 많이 들어 본 듯하다. 그러나 다부지게 비현실적인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촌스럽지 않아 보이는 것은 바로 깨알 같은 양념들 때문이다. 첫번째 양념은 뭐니뭐니해도 부산사투리이다. '개새' '대가리' '지랄하네' 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 뱉을 수 있는 부산사투리 특유의 담백함이 오글 거리는 설정과 대사를 편하게 만들었다. (드라마를 14편 연달아 보니까 부산에 평생 단 한번 가본 내가 사투리를 쓰고 있더라는..) 두번째 양념은 1990년대라는 설정과 음악이다. HOT 보단 동방신기시대에 가까운 나에게 도스컴퓨터와 삐삐, 콜라텍이 그렇게 와 닿진 않았지만 그 시절을 향유한 30대들에게는 깨알같은 공감을 불러냈을 것 같다. 그리고 양파 애송이의 사랑, 조성모 투헤븐, 델리스파이스 고백등 90년대 히트쳤던 발라드들을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세번 째 양념은 임신을 한 성시완의 남편을 찾는 설정이다. 윤윤제, 윤태웅 둘을 교묘하게 크로스 시키는 그 설정.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을 애간장을 태울지 아주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 때문에 한시도 긴장감을 놓칠 수가 없다. 그 외에도 그나마 현실 적인 외모의 주인공들....(서인국 정은지 좋아해요..^^;), 순수한 게이 강준희,  건축학 개론의 납득이같은 캐릭터의 방성재.(ㅋㅋㅋㅋㅋ 보면 압니다), 야동의 신 도학찬(은지원), 너무 웃긴 성시완 엄마 아빠 모두, 뻔한 이야기를 촌스럽지 않고 아주 매력적으로 탈바꿈 시키는데 일조한 인물들이다.  


그럼 이쯤에서 판타지에 대해 끝을 맺어야 할 것 같다. 인정한다. 판타지는 판타지 일뿐 현실에서는 절대 존재 할 수 없는거 말이다. 인정하긴 하지만 그냥 믿고싶다. 누군가에게는 나도 특별한 존재였으면하고 말이다. 



-공감갔던 대사들



지금 이 솟구치는 아드레날린이 쭉 똑같이 살아왔던 서로에게 달라진 모습을 들켜버린 부끄러움 때문인지 아니면 소꿉친구를 향해 시작되버린 내 첫사랑에 대한 설레임 때문인지. 

인간성장의 법칙. 소년은 남자가 되고 소녀는 여자가 된다. 하지만 남자가 되어버린 소년과 아직 덜 자란 천방지축 소녀. 문제는 그 속도가 다를 때 발생한다. 

 




서로 다른 것을 기대하고 서로 다른 것을 바라보며 서로 다른꿈을 꾼 두 남녀사이에 벌어질 일이란 지속적인 사랑과 전쟁뿐이다. 토라지고 달래주고 다투고 화해하고 상처주고 안아주는 변덕투성이 조울증 환자 같은 관계 하지만 남녀관계의 가장 어려운 점은 사랑하는 타이밍이 같지 않다면 시작조차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참 까탈스럽고 까다로운 관계. 





-너무도 잘어울리는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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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oulou 트랙백 0 : 댓글 0